Saturday, March 16, 2013

12년 만에 다큐 '아이티…' 만든 재미감독 강영만 - 연합뉴스

12년 만에 다큐 '아이티…' 만든 재미감독 강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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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한인이 만든 아이티 배경 장편 다큐
재미 한인이 만든 아이티 배경 장편 다큐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재미 한인 강영만 감독이 제작한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 2013.2.1.   mihye@yna.co.kr
"아이들의 성장기 카메라에 담으며 희망을 발견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영화 '큐피드의 실수'와 '비누 아가씨', 애니메이션 '김치 워리어' 등을 만든 재미동포 강영만(47) 감독이 12년의 작업 끝에 장편 다큐멘터리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Innocence Abandoned: Street Kids of Haiti)'를 완성했다.
영화의 국내 배급을 타진하고 차기작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강 감독은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티의 버려진 아이들이 극심한 빈곤과 자연재해를 딛고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대학 졸업 후 1996년 미국에 건너간 강 감독은 뉴욕 뉴스쿨에서 영화 제작을 공부한 후 2000년 단돈 980달러의 초저예산으로 만든 장편영화 '큐피드의 실수(Cupid's Mistake)'를 미국 극장에 내걸며 화제를 모았다.
개봉을 준비 중인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은 주로 극영화를 만들어오던 강 감독이 처음으로 만든 장편 다큐멘터리다.
그가 아이티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2001년. 미국 한 구호단체의 의뢰로 아이티 고아원을 촬영하러 가면서부터였다.
"그전에는 아이티와 타히티 섬이 헷갈릴 정도로 아이티라는 나라에 대해 잘 몰랐습니다. 당시 정세가 극도로 불안하고 시위가 잦아 카메라를 가방 속에 숨겨 촬영해야 했죠. 힘들었지만 그때 만난 아이들에게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1년에 1편꼴로 영화를 만들며 바쁜 몇 년을 보내다 "상업성을 배제하고 무언가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8년 아이티를 다시 찾았다.
7년 만에 찾은 아이티는 더욱 가난해져 있었고 2001년 만나 이메일로 간간이 연락을 이어가던 아이들은 스무 살 무렵의 건장한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아이티 배경 장편 다큐 만든 재미 감독 강영만
아이티 배경 장편 다큐 만든 재미 감독 강영만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아이티를 배경으로 한 장편 다큐멘터리 '아이티 거리의 아이들'을 완성하고, 최근 배급 등을 위해 한국을 찾은 재미 한인 강영만 감독. 2013.2.1. mihye@yna.co.kr
당시 부잣집에 노예로 팔려갔다가 도망쳐 나와 고아원에 머물고 있던 열두 살 윌너는 고아원이 문을 닫은 후 영어를 배우고 후원자를 찾아 고아원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듬해까지 몇 차례 더 아이티를 방문해 촬영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와 편집을 하던 강 감독은 2010년 초 아이티 대지진 소식을 듣고 그 길로 아이티로 달려가 구호 작업을 도왔다. 파손된 고아원에서 원생 한 명이 잔해에 깔려 죽고 두 명이 크게 다쳤다.
이어 지난해 조금씩 재건의 희망이 싹트고 있는 그곳을 다시 한번 방문해 촬영하고 최근 편집작업을 마치면서 12년에 걸친 장기 작업이 끝났다. 영화에는 윌너를 비롯한 아이티 아이들의 성장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힘든 일을 여러 번 겪고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저도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서로 힘을 주고받았죠."
장편 데뷔작 '큐피드의 실수'와 광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한 '비누 아가씨(Soap Girl)'를 비롯한 강 감독의 영화 대부분에는 미국에 사는 한인이 등장한다.
2009년에는 '김치 전사'가 김치를 먹고 힘을 발휘해 '질병 마왕'의 부하들인 신종플루, 광우병, 말라리아 등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낸다는 내용의 애니메이션 '김치 워리어'를 만들기도 했다.
이번에는 아예 한국 영화사와 손을 잡고 1900년대 초반 독도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준비 중이다. 1년간의 기획 끝에 시나리오 작업을 마치고 여름께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강 감독은 "미국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인 감독이라는 것이 내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이라며 "글로벌화로 국경의 개념이 약해진 만큼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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