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anuary 02, 2005

조선일보 - 강영만 감독



조선일보


低예산영화로 기네스북 등재 在美 강영만 감독
"영화? 돈보다 아이디어와 열정이죠"


미국에서 저예산 영화와 실험적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현지 평단의 주목을 받아온 한국인 영화감독이 데뷔 4년 만에 한국 관객을 겨냥한 영화를 처음 찍는다. 주인공은 LA에서 활동 중인 강영만(38) 감독.


그는 2000년 단돈 980달러(약 100만원)로 데뷔작 ‘큐피드의 실수’를 만들어 LA·뉴욕 등에서 상영함으로써 ‘최저 예산으로 영화를 찍어 미국 극장에 배급한 영화인’으로 2001년 기네스북에도 오른 재주꾼이다.


강 감독이 이번에 착수한 영화는 화가 이중섭의 작품세계와 삶을 추리형식으로 그린 ‘구겨진 은박지의 꿈’. 한국 소설가 김용범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현재 강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로 각색 중이다.


영화는 올가을에 크랭크 인, 내년 초 한국과 미국 동시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제작사와 손잡고 한국배우만을 써서 한국에서 찍는 그의 첫 작품이 된다. 그는 전화인터뷰에서 “저예산 영화 제작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미국에서 영화를 시작했지만, 항상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에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은 메이저 블록버스터부터 마이너, 언더그라운드까지 영화 배급로가 다양하며, 관객층이 넓고 비디오시장도 엄청나죠. 저처럼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겐 기회의 땅이죠.” 강 감독은 자신이 저예산 영화 세계기록까지 세울 수 있었던 것도 미국 영화판의 그 ‘기회’를 잘 활용한 덕이라고 했다.


“데뷔작 찍을 땐 돈이 없어 배우·스태프를 최소한으로 했고 대부분의 장면도 카메라를 손에 들고 찍는 ‘핸드 헬드’ 촬영으로 후다닥 찍었다”는 그는 “두 번째 영화는 투자자도 많아져 3만5000달러(약 4200만원)나 썼기 때문에 더 이상 내게 저예산 감독이란 표현은 맞지 않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10번째 작품인 이번 ‘구겨진 은박지의 꿈’의 제작비용은 약 15억원으로 잡고 있다.


“감독이 기획부터 조명 하나까지 책임지다보니 힘들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영화를 속속들이 공부할 수 있는 점은 저예산 영화만의 장점이라고 봐요.”


충청도 산골 출신인 그는 고3 때 극장에 처음 가 봤을 정도로 ‘문화의 세례’와는 거리가 먼 환경에서 자라나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다니다 영화에 눈을 떴다. 졸업작품으로 ‘한국의 이미지’라는 클레이애니메이션을 내놓았을 무렵, 그의 영화 열정은 이미 무섭게 불이 붙은 상태. 94년 뉴욕으로 건너가 영화전문학교 ‘뉴스쿨’에서 영화연출을 공부한 뒤 영화제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TV 광고 감독과 영화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로도 일했다.


그의 영화들은 화려한 갈채를 받았다. 2001년 다큐형식의 ‘헤이티 노예어린이’로 자메이카 국제 영화제에서 베스트 다큐상과 휴스턴영화제 은상을 받았고, 2002년 재미교포 여성의 정체성 찾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비누아가씨’는 빅베어 레이크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차지했다.


최근작인 액션영화 ‘첫 번째 증언’과 초자연 스릴러영화 ‘안개’까지, 소재와 형식에 있어서 다양한 실험을 계속한다. 느릿느릿, 겸손하게 말하는 강 감독은 “아직 호러영화를 못해 봐서 아쉽다”며 “사실 내 관심은 거대서사·역사물”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한국전쟁을 관련 강대국 등 세계적 관점에서 그린 영화를 만들어 공감을 얻고 싶습니다. 미국시장을 뚫은 한국인 감독이 찍을 영화가 이런 작품 아닌가 해요.”


(정시행기자 polyg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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